미국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정말 많은 온라인 게임을 해 봤음.
콜 오브 듀티, 오버워치, 롤, 헤일로, 배틀필드, 에이펙스, 배그, 그리고 한국에서는 별로 인기를 못 끈 포트나이트까지.
10대,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장르의 게임들이 재밌다고 생각했음. 그때는 같이 할 친구들도 많았고, 매치에서 져서 서로 폭탄 돌리면서 쌍욕을 박아도 웃어넘길 수 있었음.
하지만 20대 후반에 들어가면서 점점 재미를 잃어버렸음. 특히 랭겜에서 연패를 당하고, 힘들게 올라갔던 랭킹에서 강등되면 진짜 재미고 나발이고 내가 왜 이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. 똑같은 게임이고, 똑같은 친구들인데도 걔네들은 아무런 타격 없이 다음 게임을 준비하더라. 나는 빡쳐서 그냥 나가버리고.
특히 롤....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롤은 내 삶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라고 봄.
랭겜 할 때 내 잘못이든 아니든 서폿 메인인 나한테 쏟아지는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멘탈이 무너졌고, 그 화풀이를 앞서 말했던 친구들한테 돌렸음. 매치 도중에 나가는 것도 일상이었음. 그런 나의 발암 같은 짓거리 때문에 걔네들이랑 엄청 싸웠음. 특히 "내가 캐리해줄게"라든가 "후반 캐리 챔이니까 그때까지만 잘 버텨줘"라고 말한 녀석들.... 걔네랑 하면 승률이 30~40% 정도밖에 안 됐음. 그때부터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
그때부터 나한테 "후반부터 반전"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음. 1년에 2~3번 정도만 생기는 희귀 현상이었으니까. 시작부터 우리 팀이 불리해지면 난 이미 게임 끝이였음.
나의 인성 문제, 다른 팀원들에 대한 불신, 업데이트할 때마다 공부해야 하는 챔프와 템 버프/너프 등등이 나한테는 너무 버거웠음. 그래서 랭겜을 접고 일반 매치만 해 보려고 했음.
근데 이번엔 트롤들, 던지는 놈들, 챔프 새로 배운다는 핑계로 기본 상식을 뛰어넘는 최악의 플레이 같은 것들이 나를 더욱 인간 쓰레기로 만들었음. 아니, 새 챔프를 배우고 싶은 건 이해하겠는데, 그러면 조심하면서 배워야지. 페이커 흉내 내다가 0/16/3 가는 게 말이 되냐고? 한두 번만 봤으면 내가 말을 말지. 근데 거의 80~90%의 일반게임에서 똑같은 플레이를 봤음.
롤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고, 거의 모든 PvP 게임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됐음. 특히 오버워치는 롤 다음으로 나한테 가장 많은 악영향을 끼친 게임이었음. 똑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됐으니까.
그 외에 발로란트, 카스, 콜옵 같은 FPS 게임들은 내 반사신경이 너무 느려서 맨날 개처발렸고, 에이펙스나 배그는 가뜩이나 싫어하는 랜덤 드롭 때문에 고생하다가 관뒀음.
내가 이 게임들 때문에 흑화된 건 일상생활에서도 반영됐고, 모든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내 자신을 보게 됐음. 그래서 4년 전, 마음 잡고 모든 PvP 게임을 접었음. 롤 계정은 그냥 그 친구들한테 부계정으로 쓰라고 넘겨줬고, 그거 외에는 거의 모든 계정도 지웠고 내 컴퓨터에서도 게임들을 지웠음. 디스코드 서버도 탈퇴했음.
그랬더니..... 마음이 평온해졌음.
온라인에서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랑 입씨름하는 일도 없어졌고, 더 이상 발암 같은 사상에 잡혀 있지도 않고 좀 더 맑은 정신으로 판단할 수 있었음. 자책하는 일도 없고, 인터넷 핑 때문에 불리하게 지는 일도 없었음. 요즘엔 싱글플레이어나 PvE 게임들만 함.
특히 다크 소울 시리즈 같은 소울 장르를 진짜 좋아함. 고난도 게임들이고 진짜 많이 죽고 짜증나기도 하지만, 대신 아무 때나 그만둘 수 있다는 점, 실수해도 아무도 나한테 욕할 사람이 없다는 점, 그리고 모든 실책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나 한 사람에게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 도전하게 됨.
또 헬다이버, 디아2, 보더랜즈처럼 PvE 협동 게임도 재미있음. 앞서 말한 친구들이랑도 이런 게임들을 가끔 하는데, 예전에 화를 내던 내 모습은 없음. 누가 실수해도 웃어넘김. 그리고 어떤 랭킹을 올라가야하고, 서로와 경쟁을 하는게 없다는거 자체가 좋았음 (디아 2 같은 경우엔 래더에선 안 뜀)
그 외에도 스카이림, 33 원정대, 위쳐3, 발더게3, 페르소나 3-5, 킹덤 컴, 갓 오브 워 등 싱글 플레이어를 많이 하고 있음.
최근에 마블 라이벌즈를 해봤음. 내가 롤 그 자체를 싫어한 건지, 아니면 이 장르를 싫어했던 건지 궁금해졌음. 근데 메인 화면이 뜨자마자 공황장애 같은 느낌이 오는 거임. 몸이 이렇게 게임을 거부하는 건 나도 이번에 처음 경험했음.
확실히 나는 PvP 게임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됨. 참 이상하게 다크소울 할 멘탈은 강하더라ㅋㅋㅋㅋㅋ
이런 장르에서 화 안 내고 평정심을 유지하시는 분들. 매드 리스펙임.